얼마전 자다가 울린 재난문자에 모두들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경기도민인데 서울 인근 지역이라 서울지역 재난문자를 새벽에 받고 도대체 어떻게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몰라 네이버를 검색했다가 네이버가 접속이 안되길래 드디어 전쟁이 난거구나 하고 좌절된 마음으로 TV를 켰다가 모든 방송에서 전쟁이야기는 없고 광고방송만 잘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아, 낚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면 전쟁이 났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여전히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산다면, 그리고 나 혼자만 살고 죽으면 끝이 아닌 가족과 지켜야할 아이가 있는 주부라면 전쟁이 날 때를 대비하여 최소한의 생존가방정도는 준비해둬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도 생존전문가가 나와 생존가방 싸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길래 내가 필요해서 정리해보는 영유아를 포함한 4인가족의 생존가방 준비 리스트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우선 순위 정하기
무작정 당장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찾아 챙겨라 하면 무엇을 챙기겠는가? 당연히 물이나 음식이 아닐까? 그런데 대부분 전쟁이나 조난 등의 경우에 사람의 목숨을 앗는 것은 체온유지라고 한다. 급작스러운 기온변화를 대처하기에 우리의 몸은 너무 연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존전문가들은 생존가방을 챙길때는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권한다.
그 우선 순위를 알아보면
- 체온유지
- 응급처치
- 식수
- 통신유지
- 식량
- 위생
- 그외의 개별요소
라고 한다. 당연히 식수나 식량이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상황에서는 실내가 아닌 야외취침이 생길 가능성도 높고 다쳤을 때 구호받을 수 있는 확률도 낮기 때문에 체온유지와 응급처치가 생존을 위해 더 우선순위가 된다고 하는 점이 인상깊다.
그렇다면 개별 순위별 챙겨야할 물품들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체온유지
단순히 생각해보면 두툼한 모포나 패딩 같은 것이 떠오르는 데 은박담요(얇지만 보온성이 높은 것), 핫팩, 젖었을 때 갈아입을 여벌의 옷, 우비 이런 것들도 포함된다고 한다.
응급처치
외상 치료를 중심으로 소독약과 붕대, 소염 진통제 등을 소지하면 좋고 감기약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티빙의 드라마 "방과후전쟁활동"에 보면 늘 숙소 같은 곳을 찾아가면 비상약을 찾는데 그러다 병원에 찾아가 아이들이 신나하는 장면이 있다. 전쟁이란 것이 일어나면 지금과 같은 의료서비스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므로 최소한의 조치는 준비해야할 것 같다.
식수
식수의 경우는 작은 통으로 담겨서 보관관리가 용의하여 오래동안 나눠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300 ml짜리 생수통을 나눠서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수기능이 있는 필터와 통 같은 경우도 추천하던데 이것도 실제상황에서는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통신유지
당연히 휴대폰 등을 챙겨야하고 추가로 완충되어 있는 보조배터리나 충천 케이블 등을 챙겨두는 게 좋다고 한다.개인적으로 이번에 네이버가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휴대용 라디오 등을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휴대폰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휴대폰은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으니 내가 누군가와 연락 자체가 끊기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를 위해서라도 라디오는 필요하겠다. 일부 휴대용라디오들은 조명기능이 같이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 있으니 이런 제품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식량
오래 보관해도 좋은 통조림 제품이나 적은 크기에 큰 열량을 낼 수 있는 초콜릿, 견과류 등이 용의해보인다. 몇몇 블로그를 보면 포도당캔디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꽤 괜찮은 제안처럼 보인다. 햇반이나 라면등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부피가 크긴한데 둘 다 전자레인지나 물을 끓여야 사용이 가능하다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보인다. 스트링치즈나 천하장사 소세지 같은 경우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전투식량을 구매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보이긴 한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경우라면 엄마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어려울 경우 스틱분유나 액상형분유를 챙겨야할 것이다. 이유식을 먹고 있는 경우라면 실온보관용 파우치형 이유식을 구매해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생
요새는 손소독제가 워낙 구하기 쉬우니 가방에 손소독제를 넣어서 급할땐 소독용도로도 사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용세트정도면 위생은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수건이 문제겠다. 빨리 마르는 극세사수건등을 준비하는게 실제상황에선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속옷이나 양말등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기저귀 등이 필요할 수 있겠는데 참 애매할 수 있겠다. 당장 일주일 정도라고 생각하고 여분을 챙겨야하지 않을까? 둘째가 기저귀를 뗀 것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 외의 개별요소
사람마다 필요한 추가 물품에 대한 이야기다. 지병이 있는 경우라면 그와 관련된 약이 될 것이고 어린 아이라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작은 인형이 될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여분의 안경을 준비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전쟁상황에서라면 안경이 망가질 가능성이 매우 다분해보이기 때문이다. 역시 렌즈삽입술은 이런 전쟁을 대비해서 할 필요가 있었군. 그리고 잭나이프를 추천하던데 통조림을 따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꼭 하나 쯤은 구비해두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3일에서 일주일 간 필요한 물품으로 가방에 담기
생존가방은 적어도 3일 길게는 일주일정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같은 경우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길게 보고 많은 양의 물건을 챙기면 좋겠지만 내가 위급할 때 둘쳐메고 바로 도망갈 수 있는 양의 무게라면 너무 무거우면 가방과 함께 낙오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의 몸무게의 10~20프로 내외의 무게로 싸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필요한 양을 따져보면 은박이불 1개, 갈아입을 옷 위 아래 1벌, 양말과 속옷, 핫팩 5개 정도와 보조배터리와 충전선, 라디오, 식수 2리터 가량, 통조림 3~4개, 초콜릿바 10개 내외, 그외 포도당캔디 등의 식량, 그리고 손소독제와 여행용세트, 극세사수건2장이 기본 구성정도가 되겠다.
1인 1가방을 원칙으로 삼는다는데 우리 가족처럼 영유아가 있는 경우에는 아이에게 가방을 메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엄마 아빠가 아이 물품을 나눠 메야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을 더 빠듯하게 계산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캐리어의 경우는 1시간 이상 끌고 가기 어렵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고 기본적으로 백팩을 추천했다. 가방 1에는 식량과 식수를 모두 넣고 가방 2에는 체온유지와 통신 장비를 넣고 이런 식으로 해도 될까 해서 알아보니 원칙적으로는 모든 가방에 필요한 물품이 들어가 있는 것을 권한다고 한다. 실제 상황에서 가방 1을 분실하면 모두가 망하는 경우가 생겨서인데 전문가의 말은 기본 체온유지와 관련된 물품들은 가방에 공통으로 챙기되 가족의 특성에 맞게 가방을 분류해서 쌀 것을 추천했다. 우리같은 경우라면 초등학생인 첫째까지 가방 3개를 준비한다면 모든 가방에 체온유지에 관련된 옷과 핫팻 등을 각각 넣고 나와 남편의 가방에 식량 및 식수를 나누어 담고 남편의 가방에는 통신유지 및 개인물품을 나의 가방에는 위생용품을 담는 개념으로 나눠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아이가 자신의 가방을 잃어버릴까봐 아이옷을 한 번 더 넣을 것 같지만 말이다.
생존가방따위 싸야할 일과 써야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번 재난문자를 통해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아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당장 해야할 일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가방을 사용할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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